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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동의 강간죄 공약’을 실수로 넣었다는 민주당

국민의힘 “억울한 사람 양산” 비난 하루 만에 철회
여성단체, “이대남 표심 의식한 성평등 후퇴”

  • 기사입력 2024.03.28 14:12
  • 최종수정 2024.03.28 16:33

우먼타임스 = 한기봉 기자

지난해 7월 25일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회원들이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지난해 7월 25일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회원들이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비동의 강간죄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더불어민주당이 4·10 총선 10대 공약에 ‘비동의강간죄(간음죄) 도입’을 포함시켰다가 사흘 만인 27일 “실무적 착오였다”며 철회했다.

전날 국민의힘 등이 “비동의강간죄가 도입되면 억울한 사람이 양산될 수 있다”며 공세에 나선 지 하루 만에 입장을 바꾼 것이다.

여성계와 일부 시민인권단체들은 민주당이 총선에서 이대남(젊은 남성층) 표심을 의식해 성평등 정책을 후퇴시켰다고 성토했다.

비동의강간죄는 강간죄 성립 요건을 현행 ‘폭행 또는 협박’에서 ‘동의 여부’까지 넓히는 게 핵심이다. 폭행 또는 협박에 대한 판례는 ‘피해자의 항거를 불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할 정도’로 그동안 적용돼 왔다.

민주당은 기자들에게 보낸 공지에서 “비동의 간음죄는 공약 준비 과정에서 검토됐으나 장기 과제로 추진하되 당론으로 확정하지는 않았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된 정책공약에 비동의 간음죄가 포함된 것은 실무적 착오”라고 밝혔다.

김민석 선대위 상황실장도 기자들과 만나 “비동의 간음죄 부분은 토론 과정에서 논의 테이블에 올라왔다”며 “하지만 당내 이견이 상당하고, 진보개혁진영 또는 다양한 법학자 내에서도 여러 의견이 있어 검토는 하되 이번에 공약으로 포함되기에 무리가 아니냐는 상태로 정리됐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선관위에 △형법 297조 강간죄 구성요건 개정 △데이트 폭력 범죄 법제화 및 피해자 보호 체계 강화 △스토킹 범죄 피해자와 가해자 분리 대처 및 보호 강화 등을 공약으로 제출한 상태였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6일 민주당의 비동의간음죄 공약에 대해 “피해자가 내심으로 동의했는지 여부로 범죄 여부를 결정하게 되면 고발당한 사람이 동의가 있었단 것을 입증해야 한다”며 “원래 입증 책임이 검사에게 있는데 입증 책임이 혐의자에게 전환된다. 그랬을 경우 억울한 사람이 양산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여성가족부는 지난해 2월 ‘제3차 양성평등정책 기본계획’에 ‘비동의 강간죄 신설을 검토한다’는 내용을 발표했다가 법무부(당시 한동훈 장관)가 반대한다고 밝히자 발표 9시간 만에 철회한 적이 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2018년 강간죄를 폭행·협박이 있는 경우로만 한정하지 말고 피해자 동의 여부에 중점을 두도록 시정하라고 한국 정부에 권고한 바 있다. 대다수 선진국들도 비동의강간죄를 도입했다.

여성단체들이 비동의강간죄 도입을 요구하는 이유는  ‘저항이 불가능할 정도’의 폭행·협박이 없는 상황에서도 다수의 강간 범죄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2019년 1~3월 전국 성폭력상담소협의회 소속 66개 상담소의 강간피해 상담 사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직접적 폭행·협박 없이 발생한 성폭력 피해 사례’는 71.4%(735명)나 됐다.

피해자가 직장이나 사회에서의 취약한 지위나 금전적 의존 상태, 술이나 약물이나 잠에 취한 심신 상태, 공포나 위협감을 느끼는 상황, 소문이나 보복이 두려운 경우 등에서 이뤄지는 성관계 등이다.

그러나 비동의강간죄 도입 반대론자들은 업무나 고용, 지위 등에서 위계·위력에 의한 성범죄는 이미 다른 법으로 처벌이 가능하고, 동의 여부에 대한 증거 수집이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피고인의 자기 방어권 보장이 침해를 입을 수 있다는 점을 든다.

또 단순한 동의 여부가 성폭력 범죄의 결정적 기준이 된다면 남녀 사이의 성적 소통과 행위에 대한 자율성을 침해하게 되고 국가가 지나치게 개인의 사생활에 간섭하며 과잉형벌이 된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최근 몇 년 사이 젠더 갈등이 심화한 가운데, 젊은 남성들이 많이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비동의 강간죄가 도입되면 이를 악용하는 여성들 때문에 무고한 남성들이 피해를 입는다”는 주장이 확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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