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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사랑은 왜 여성의 죽음으로 완성되어야 하는가?”

윤단우 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죽은 여자다’
고전 15편 속 여성의 죽음 분석해

  • 기사입력 2024.02.19 11:04

우먼타임스 = 한기봉 기자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 여자 그리고 죽음이다.

파괴적 사랑을 그린 고전 작품 중에는 여성의 죽음으로 ‘완성’되는 사랑이 많다. 그렇다면 여성은 사랑을 불멸로 만들기 위해 목숨을 바쳐야 하는 존재인가? 사랑이 여성의 죽음을 통해서만 그 영원성과 절대성을 획득할 수 있다면 사랑이 그토록 칭송받아야 할 이유는 무엇인가?

결국 이 책이 던지는 화두는 “사랑은 왜 여성의 죽음으로 완성되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다.

여성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담아내는 출판사 허사이트의 세 번째 여성주의 기획으로 나온 책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은 죽은 여자다’에서 저자 윤단우는 여성의 죽음으로 완성되는 고전 작품 15편을 파헤친다.

(허사이트)
(허사이트)

‘햄릿’, ‘오셀로’, ‘지젤’, ‘카르멘’, ‘춘희’, ‘안나 카레니나’, ‘보바리 부인’, ‘살로메’, ‘메데이아’ 등은 시대도 나라도 작가도 다르지만 공통점은 여성이 사랑의 희생자로서 다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후대는 이 작품들을 영화, 공연 등으로도 재창작하고 있다.

이 작품 속 여성 주인공들의 죽음은 매우 다양하다. 안나 카레니나처럼 사랑에 희망을 잃고 스스로 목숨을 끊거나, 카르멘처럼 사랑하는 남자에게 살해당하거나, 마르그리트 고티에처럼 사랑하는 남자에게 버림받고 병들어 쓸쓸하게 죽는 경우도 있다.

책에서는 이 죽음들을 유형별로 나누어 1부는 ‘햄릿’의 오필리어, ‘춘희’의 마르그리트, ‘지젤’의 지젤, ‘마농 레스코’의 마농처럼 미치거나 병들어 죽는 여자를, 2부는 ‘안나 카레니나’의 안나, ‘보바리 부인’의 엠마, ‘로미오와 줄리엣’의 줄리엣처럼 스스로를 살해하는 여자를 살펴본다.

2013년 개봉한 톨스토이 원작,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영화 '안나 카레니나'( 감독 조 라이트).  사랑을 잃은 안나는 달리는 기차에 몸을 던진다.
2013년 개봉한 톨스토이 원작, 키이라 나이틀리 주연의 영화 '안나 카레니나'( 감독 조 라이트).  사랑을 잃은 안나는 달리는 기차에 몸을 던진다.

3부는 남자의 손에 살해되는 ‘오셀로’의 데스데모나, ‘카르멘’의 카르멘, ‘크로이체르 소나타’의 아내를 다루었다. 4부는 그 반대로 ‘살로메’의 살로메, ‘물의 요정 운디네’의 운디네처럼 남자를 죽이는 여자다.

이 책은 사랑은 왜 여성의 죽음으로 완성돼야 하는지를 묻지만, 결국 여성과 남성에게 다른 형태로 도달하는 파국을 언제까지 사랑의 속성이나 본질이라고 기만하며 외면할지를 묻는다.

허위로 가득 찬 삶보다 죽음과 함께하는 사랑을 선택한 고전 속 주인공들을 바라보며 “삶 없는 사랑을 택한 것은 그토록 숭고한 일이었을까”라고 반문한다.

저자는 “이처럼 오랜 세월 동안 무수히 죽은 여자들을 만나온 우리에게는 이제 살아남은 여자들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사랑에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당신은 사랑보다 귀한 존재다. 기억해야 할 사실은 오직 그것 하나뿐이다.”

그렇다면 고전이 아닌 현대의 사랑은 어떨까. 출판사는 서평에서 사회학자 에바 일루즈의 저서 ‘사랑은 왜 아픈가’를 인용한다. 이 책은 개인의 자율성이 중시되는 현대의 사랑에 있어서도 사랑은 불평등하다고 주장했다.

남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압박이 경제와 권력 같은 지위 같은 것이라면, 여성에게는 결혼과 임신, 출산, 육아라는 시간적 육체적 압박이 가해진다. 서로에게 가해지는 다른 압박은 여성과 남성이 동등한 지위에 놓여 있다고 간주되는 애정 관계에 있어서도 기회의 불균등을 낳는다는 것이다.

여성은 나이가 들수록 선택의 기회가 줄어들어 시간에 쫓기는 여성의 감정 세계는 남성의 감정 세계에 지배당하게 되고, 이 같은 감정의 불평등은 사랑을 불평등한 것으로 만든다고 저자는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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